온천장 경보관, 드디어!
[두 시간 여를 걸었죠. 사실 예상이 두 시간이었으니 중간에 길을 헤매서 더 걸었을 것 같죠. 추석 연휴를 맞아 가을 소풍을 갔죠. 회동 수원지는 아름다운 곳이었죠. 사실 물은 가까이서 보면 녹차라떼였어요. 그리 힘들지도 않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이 이어졌죠.]
오래 걸은 터라 점심은 맛난 것을 먹고 싶었다. 온천장에 있는 카페 모모스를 최종 목적지로 정하고 그 주위 맛집을 가기로 했다. 항도반점이 맛집 검색에 가장 먼저 뜬 탓에 우리는 간짜장에 대한 열망에 불타올랐다. 우린 걸으면서 먹은 초콜릿과 과자의 열량을 모두 소진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완전체였다. 신나게 찾아간 항도반점. 아! 항도는 매달 첫째 주, 셋째 주 화요일은 휴일이었다. 문 앞에 붙은 휴업 안내판이 야속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간짜장 열망은 식지 않고 불타올랐다. 중국집이 없다면 길에서라도 시켜먹으리라 의지를 굳혔다.
근처의 중국집을 검색했고 반가운 단어를 만났다. '경보관'. 24시간 영업을 하는 덕분에 새벽에 "탕슉! 탕슉!" 외치는 탕수육 좀비를 구해주는 고마운 곳이다. 최근에는 잔디밭에서 배달음식을 먹는 낭만을 누려보지 못하였도다 분개하여 잔디밭의 만찬을 벌이기도 하였다. 반납하는 그릇을 가지러 오신 아저씨께서 약속 시각에 늦은 나를 오토바이에 태워주셔서 학교 꼭대기에서 정문까지 빛의 속도로 내려간 이후로 경보관에 대한 내 사랑은 변할 수 없다.
경보관을 직접 가는 기회를 맞이했다. 항도반점 앞을 떠나 경보관을 헤매던 중, 나는 한참 멀리서 경보관의 간판을 발견했고 시력이 좋다는 칭찬을 들었다. 하지만 그 시력은 내 것이 아니다. 원데이 바슈롬의 도움인 것이다. 여기도 문을 닫은 것은 아니겠지 불안했다. 예쁜 청록색 바지를 입고 온 친구가 달려가 확인하고는 가게가 성업 중이라는 것을 미리 알렸다. 친구 덕에 기쁨의 시간을 이르게 맞이하였다.
만장일치 간짜장으로 통일하고 메뉴판 토론에 들어갔다. 유니짜장은 무엇인가 진지하게 논의한 후 '울면' 개그를 회상했다. 울면은 언제 맛볼 수 있을까.
짜증나면 짜장면!
우울하면 울면!
복잡하면 볶음밥!
탕탕탕탕 탕수육!
배달 주문으로 가게는 분주했고, 배달 음식만 나가고 우리 것은 안 나온다며 배를 주리고 있을 때 간짜장 소스부터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기다리다가 오토바이 태워주신 아저씨와 인사도 했다. 좋다.) 여기 간짜장은 풍성한 양파가 특징적이다. 다른 재료는 절제된 양파의 미(味)가 돋보인다. 그래서 고춧가루를 뿌지지 않아도 좋을 깔끔한 맛이 나는 것 같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간 이들은 양파 마니아였기에 간짜장은 높은 점수를 받았고, 양파 건더기는 숟가락의 도움으로 금방금방 줄어갔다.
나에게 부산은 간짜장 위에 계란후라이를 올려주는 도시로 다가왔다. 스페셜 펀 지식, 스펀지에서 '부산에서는 간짜장 위에 네모를 올려준다'의 답이 계란후라이라는 것을 보고 부산에 가면 꼭 간짜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산에 가게 되었을 때 친구와 한 일은 간짜장을 먹는 것이었다. 그때 먹은 중국집은 정말 맛이 없어서 그 이후로 절대 시켜먹지 않는다. 그러나 짜장보다 못한 간짜장이었을지라도 계란후라이의 신선함은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