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정문 앞 전자 담배를 팔던 가게가 퓨전 음식점으로 바뀌었다. 지나가다가 음식점 앞 배너 광고판을 보았는데 메뉴가 짬뽕과 더먹는 피자의 조합! 이 가게 주인은 무척 창의적인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모든 종류의 음식을 먹어봐겠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곳을 빠른 시일 내에 가볼 음식점으로 점찍었다.
음식점 안으로 들어서면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넓은 공간은 아니라서 네모난 나무 탁자들이 오밀조밀하게 있다. 음식점 곳곳에는 재치 있는 문구들이 가득하다. 예를 들자면 '종업원: 국산' 같은 식으로 재미있게 음식점 소개를 적어 두었다. 주문 즉시 한 메뉴씩 만들기 때문에 주문량이 많으면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사람이 많을 때 가니 음식이 나오는데 좀 기다려야 했다. 느긋하게 기다리기 힘든 때라면 다음 기회를 노리는 편이 좋겠다. 저번에 왔을 때는 매운 짬뽕과 고구마 피자, 음료로 구성된 세트 메뉴를 먹었었다. 세트는 단품으로 각자 시켜먹을 때보다 천 원이 할인된 가격이었다. 이번에는 먹어보지 않은 메뉴를 먹어보려고 크림 소스 짬뽕과 베이컨 피자를 시켰다.
크림 소스 짬뽕 사진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못 나왔다. 저렇게 파가 얹어진 채로 나오는데 파를 걷으면 푸른 파 아래 숨어 있던 주황색 날치알이 드러난다. 날치알이 있어서 크림 소스를 숟가락으로 떠서 한입 먹었을 때 심심하지 않았다. 크림 소스면 짬뽕이 아니라 파스타 맛이 나지 않을까 했는데 크림 소스임에도 불구하고 이 음식의 정체성은 짬뽕이다! 짬뽕 특유의 불맛이 살아 있으면서 크림으로 부드러워진 짬뽕이었다. 홍합, 오징어, 새우 같은 해산물도 알차게 들어 있었다. 홍합은 매일 아침 거제도에서 가져오는 것을 쓴다고 되어 있었는데 비리지 않아서 해산물을 꺼려하는 사람도 시도해볼 법하다. 사진 하단에 보이는 공포의 빨간 색! 맛을 좋게 하기 위해 넣은 고추였는데 웬만큼 매운맛 고수가 아니라면 절대 입에 넣지 말하고 말해주고 싶다. 세 번 씹으면 확 밀려오는 매운맛에 한동안 물을 입에 머금고 있어야했다.
떠먹는 피자는 떠먹는다는 행위만으로 뭔가 설레는 게 있는 음식이다. 왠지 치즈가 달라붙은 부분을 박박 떼내면서 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진다. 베이컨 피자는 크림 소스 위에 베이컨이 얹어져 있어서 까르보나라와 비슷한 맛이 났다. 피자는 저번에 맛봤던 고구마 피자에 더 마음이 간다. 고구마 피자는 달달한 고구마 무스가 가득 얹어져 있었고, 매운 짬뽕으로 얼얼해진 혀를 달래기에 적격이었다. 매운 짬뽕에 대해 말하자면 일반 짬뽕과 달리 마늘이 가득 든 것이 특징이다. 마늘을 좋아하는 나로서 매우 환영할 만한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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