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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라팔라, 고민 끝의 선택

※10월 4일자 기준 방문 하였을 때 아래의 메뉴들이 사라져 있었다. 메뉴판의 배신. 그러나 다른 선택도 만족을 남겼다.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먹고 싶은 날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니 딱히 특별한 것이 떠오를 리가 없었다. 그럴 때 살피는 것이 지갑에 있는 쿠폰이다. 나는 내 지갑 속에 꽤나 모셔져 있는 쿠폰을 떠올렸다. 메뉴 두 개를 시키면 피자 하나 무료. 우리는 세 명이었고 다른 대안이 없는 이상 합리성을 생각한다면 이것이 최선이었다. 결국, 특별한 보기가 없었다. 모두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더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좋게 이곳으로 정했다.

 

  오랜만에 찾아간 이곳은 메뉴판이 좀 달라져 있었다. 가격이 저렴했지만 맛없어 보이는 그릇에 나오는 이인 분량의 파스타가 사라져 있었다. 나는 도전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메뉴 중에 가장 도전적으로 보이는 오징어 먹물 리소토를 먹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우선권은 보편적인 것에 있기에 이러한 제안은 늘 말하기 전에 망설이게 된다. 제안은 받아들여졌고 다양하게 먹고 싶은 욕망에 파스타 중 맛있을 것 같은 연어 크림 파스타를 시켰다. 파스타는 토마토보다는 크림이 갑이다.

 

  이날 화덕 피자도 시켰을 텐데 사진을 찍지 않아 글을 쓰기 전까지는 기억이 없었다. 쿠폰을 사용했으니 늘 그렇듯 고르곤졸라를 시켰을 것이다. 여기는 놀랍도록 음식이 빨리 나온다. 그 비법이 무엇인지 신비롭기까지 하다. 오징어 먹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음식은 대면할 때마다 시각적 충격을 준다. 과연 이것이 음식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한입 먹으면 그런 생각을 깨부수는 반전이 매력적이다.

 

  처음으로 오징어 먹물이 들어간 음식을 먹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파스타였다. 밝은색 옷을 입고 있어서 무지 조심해서 먹었다. 옷에 한번 묻으면 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왔었다. 짜장면의 갈색을 능가하는 검은 색이라 입에 묻는 것도 계속 신경 써야 했다. 먹는 내내 휴지를 들었다가 조심스럽게 내려다 놓아야 했다. 씨가 치아에 끼일 위험이 있는 베리 주스, 키위 주스와 더불어 매우 절친한 사람과만 먹어야 할 음식이다.

 

  이날 주문한 음식은 모두 성공적이었다. 어디 하나 불만스러운 점이 없었다. 먹물 리소토는 부드러움과 해산물의 바다 향을 갖추었으며, 안에 들어있는 호두는 고소했고 오징어는 식감을 더해주었다. 연어 파스타는 면의 익기가 적절했고 역시 연어라는 말을 내뱉게 해주었다. 다 먹고 나서는 후식을 놓치면 안 된다. 후식을 챙겨주는 편이 아니라서 다 먹은 후에는 '혹시 후식이 있나요?'하고 수줍게 물어봐야 한다. 역시 후식은 아이스크림이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은 2011년 8월 31일부터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합니다. 그 이유는 '자장면'이 표준어임에도 한국어 사용자가 주로 '짜장면'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반인의 언어 습관을 고려하여 '짜장면'을 쓰도록 권장합니다. 하지만 '자장면'을 써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 바뀌고 나서는 바뀐 것을 권장하는군?

 

  쌀을 수프와 백포도주로 삶아서 사프란이나 치즈 따위를 넣고 만든 이탈리아 요리는 '리소토(risotto)'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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