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데가 있는 줄 몰랐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탁 트인 풍경이 마음을 들뜨게 했어. 날씨가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든 때였는데 기온이 여름일 때도 있고 가을일 때도 있어서 해가 쨍쨍 더우면 겉옷을 벗고, 서늘한 나무 사잇길을 지나갈 때는 다시 옷을 입었지. 덧붙이자면 물은 녹조가 심해서 가까이서 보니까 탁하더라고.
길이 대부분 적당한 경사였지만 마지막에 계단이 연달아 나올 때는 좀 힘들었어. 그래도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스르륵 잠들 정도로 적당히 걸은 하루였지. 부산에는 산책로 이름이 다 갈맷길이더라. 길을 걸어 걸어서 가게들이 있는 곳으로 접어드니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를 반겨주더라고. 강아지를 모모라고 불렀어. 왜냐하면 모모네라는 식당의 강아지였거든. 우리보고 식당으로 들어오라고 그렇게 반겼나 봐. 우리가 식당 앞을 지나치니까 우리에게서 관심을 거두더라. 식당 주인을 기쁘게 하는 좋은 강아지였어.
이날은 생명체를 정말 많이 만났어. 강아지 다음은 고양이. 한 번에 이렇게 많은 고양이를 본 적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드물 것 같아. 횟집 앞으로 수조가 있는 트럭이 도착하자 고양이가 막 몰려들었어. 다 합치면 스무 마리가 넘었을 거야. 고양이 한 마리가 트럭 위로 올라가 물고기를 잡아가는데 트럭 주인아저씨는 마음씨 좋게 웃으셨어. 그리고 물고기를 고양이들을 향해 던져 주시더라. 괜히 고양이가 트럭만 오면 쪼르륵 모이는 게 아니었어. 훈훈한 모습을 보고 내 마음도 훈훈해졌지. 그런데 고양이들이 생선을 안 나눠 먹고 혼자 챙겨서 가던데.
그리고 또 뭘 봤느냐면! 뱀! 동물원 같은 뱀을 전시해놓은 곳 말고 뱀을 본 건 처음이야. 숲길을 걸어가는데 나왔어. 꿈틀꿈틀 빨라서 사진을 찍을 새도 없었어.
나는 이렇게 글씨가 있는 풍경이 좋더라. 주위 풍경과 어우러져 있는 소화전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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