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고 폭신하지만 가벼운 이불을 덮고서 한낮까지 자다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을 때, 창밖에는 허리 높이까지 눈이 쌓여있으면 좋겠다. 전국적으로 눈 소식이 있다기에 그게 언제인지 확인했더니 오늘이었고, 여기는 눈이 오지 않는다. 좀 쌀쌀해진 것 같기는 하다. 눈이 제대로 오는 날은 일 년에 한 번 정도인데, 눈을 볼 일이 잘 없으니 눈이 오는 날엔 천천히 내리는 눈송이처럼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학교가 쉰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그 덕에 선물로 받게 된 시간을 느긋하게 풀어놓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정신이 맑은 가을, 겨울이 좋다. 하지만 요즘은 대기 중 먼지가 많아서 외출 시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이면 손발이 찬 편인데 혈액순환이 잘 안 되나 보다. 엄청 추운 날이면 이 순간 갑자기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추운 날은 춥다고 말을 내뱉으며 추위와 싸우는데, 더운 날은 덥다고 말할 기운도 없다. 그래도 여름의 아이로 태어났는데 점점 더위에 약해지고 있다. 봄은 건조하고 벌레들이 깨어난다. 나도 지구 위 하나의 먼지이지만 같이 살아가기에 다리 많은 생명체는 너무나 다르게 생긴 것 같다. 심한 안구 건조를 앓고 있기에 봄이면 건조증이 더 심해진 것은 아닐까, 더 심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에게 인공눈물은 필수 아이템 아니겠어요! 인공눈물을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아야지 벼르고 있지만, 기약은 없다.
그냥 봄 사진이 있어서 올려본다.
여기는 높고 경사져서 눈이 오면 종이상자 썰매를 타고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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