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한국어능력시험을 치러 다녀왔다. 공부를 못한 통에 흡족하게 잘 친 것 같지는 않고, 그래도 머리를 짜내어 풀긴 풀었다. 고민은 고민대로, 공부는 공부대로면 효율적일 텐데 이게 간단하게 되는 일이 아니다. 시험장이 꽤 멀어서 그까지 간 김에 시험이 끝나고 청사포에 갔다.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진 모래사장이 떠오르는 해운대 보다는 찬 바람이 얼굴을 치는 청사포가 더 두근두근한다.
시립미술관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장산역에서 내리면, 또 택시나 마을버스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한다. 일행이 있어서 택시 요금이나 버스비나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 택시를 탔다. 넉살 좋은 택시 기사님을 만나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다. 밥때가 되어 조개구이집 좋은 곳을 여쭤보니 택시 기사님께서 경험이 근거하여 한 식당을 추천해주셨다. 택시 기사님이 추천 식당 뒷마당까지 들어가 주셨는데, 나중에 다 먹고 나오면서 친절한 것과 별개로 기사님과 식당이 무슨 사이가 있으려나 잠깐 생각해봤다.
조개구이는 오랜만에 먹었는데, 셋이서 모자라지도 않지만 아주 배부르지도 않게 적당히 잘 먹었다. 막 식당에 들어섰을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조개를 한 판 구워 먹었을 때쯤에 동창 모임인 것 같은 분들이 한 무리 들어왔다. 왁자지껄한 중년의 대화 옆에서 우리도 30년 뒤쯤 저런 모습이려나 했다. 조개는 가리비, 키조개, 개조개 세 가지의 모둠 구이였다. 가게 사장님이 조갯살을 껍데기에서 분리하는 건 쉬워 보였는데, 우리가 할 때는 관자가 잘 안 떨어졌다. 사장님은 잘 떨어지는 가리비 위주로 구워주시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