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썸네일형 리스트형 도다이지와 호류지 정말이지 그냥 유적지는 기억이 금방 희미해진다. 사진이 없었으면 어쩔 뻔. 다시 가보면 내가 여기 왔었지 싶겠지만 떠오르는 기억은 옅다. 다른 문화권의 유적지를 보면 또 다르려나. 동양문화권의 유적지는 나라마다 다른 점은 있겠지만 그래도 비슷비슷하니까 봤을 때 경이로운 느낌을 받기가 쉽지는 않다. 아니면 찾아간 것이 아니라 따라갔기 때문에, 그러니까 주체성이 부족한 방문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혼자서 찾아간 은각사는 또 좋았으니까. ▲ 표지판을 보면 찍고 싶은 충동. ▲ 나라의 마스코트. 찾아보니, 뿔이 달린 모습이 부처에 대한 모독이라고 논란도 있었다. ▲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라는 호류지. 문 닫아서 담장 너머로. 더보기 사슴공원과 도다이지 살면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을 때가 있는데, 당일치기 소풍을 갈 곳으로 '교토'와 '나라' 두 곳의 선택지를 받았다. 그리고 다들 어딜 가나 상관없다고 했기에 내 의견이 반영되어 '나라'로 가게 되었다. 사슴이 들판에 널려 있다니, 유적지보다 훨씬 흥미롭잖아! 나는 '무엇을 보았나' 보다는 '무엇을 했나', '무엇을 먹었나'가 기억에 박힌다. 따라다닌 유적지는 추억이 될 수 없을 정도로 기억이 희미하고, 그 맥락에서 가기는 가본 불국사가 기억이 안 난다. 길에서 파는 사슴 먹이를 사서 들고 있으면 사슴의 저돌적인 먹이를 달라는 요청을 받을 수 있다. 사슴에 둘러 이고, 사슴이 옷을 씹어 먹으려 해서 옷에 사슴 침도 묻은 지경이면 사슴에게 먹이를 얼른 물려주게 된다. 그 와중에 사슴 콧구멍도 찍었다. 더보기 난바와 덴노지 동물원 포유류는 언제 봐도 좋다. 시간이 난 주말 동물원에 가기로 했다. 입장료가 오백 엔이 드는 일본 동물원은 뭔가 좋거나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한낮이 지난 오후, 조금 있으면 폐장 시간이 될 것 같은 때에 동물원에 도착했다. 동물원은 넓었고 스템프 북을 채워가며 여기저기를 약간은 급한 마음으로 둘러봤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사는 동물을 모아 놓은 실내 우리가 특별히 새로운 점이었다. 침침한 조명 속에서 천장에 매달려 있는 박쥐를 보는 건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나름의 귀여움이 있겠지만, 낯설고 이미지가 좋은 녀석들은 아니니까. ▲ 노선이 많아서 힘듦. ▲ 돈키호테 앞 유람선 타는 곳이 보인다. ▲ 밤밤바바밤. ▲ 여기까지 난바. ▲ 텐노지 가는 길 환승역. ▲ 동물원 입구. ▲ 백곰. ▲ .. 더보기 스미요시구 오리오노 풍경 한 달간 일본에서 지내게 되자 비싼 물가가 마음에 걸렸다. '너는 라면을 사와, 나는 참치 캔을 챙겨갈게' 같은 대화를 하며 지출을 줄이기 위한 식량 계획도 세웠었다. 생각해보면 식료품 물가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은데, 당시는 100엔이 1400원대로 올랐던 때였고, 학생인지라 지출 앞에서 지금보다 더 움찔하던 때였다. 몇 번 갔던 마트에서 우리는 명란젓을 자주 사 먹었다. 명란젓이 일상적인 음식인양 진열대의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고, 나름 저렴한 것도 같았다. 아무튼 싸다는 이유로 명란젓은 기본 밥반찬이 되었다. 어느 날은 명란젓을 넣은 볶음밥 레시피를 추천받고, 코팅되지 않아 다 눌어붙는 프라이팬으로 명란 볶음밥을 만들었다. 나에게 명란젓은 그때가 떠오르는 소울푸드가 되.. 더보기 소중한 것은 곁에 있어서, 금정산 등산이라고 하면 거창한 느낌이다. 정상까지는 올라야 등산 좀 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주도로 수학여행 갔을 때 한라산 꼭대기에 안 가고 쉬었던 나에게 등산은 좀 큰 단어다. 그냥 가까운 산에 올라가 좀 걸었다. 시기가 시기라 그랬는지 어느 때보다 초췌했던 우리는, 늘 옆에 있어서 있는 취급을 잘 안 했던 금정산에 갔다. 어디로 갈지 행선지는 정하지 않았고, 물어오면 그냥 간다고 했다. 대략적인 방향을 따라 비슷비슷한 산길을 걸어갔다. 사실 난 길 찾기에 있어 일행을 믿고 있었다. 무거운 건 덜어내고 포근한 걸 담아온 여정이었다. 많이 보고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다 좋다. 앉았던 바위의 차가움도, 성벽 위에 버려져 있던 백세카레 동전도, 몇 마디 나누었던 사람도, 나무 위의 딱따구리도 순간을 각각의.. 더보기 금강공원, 밤바카의 기억 세월을 맞은 티가 나는 한적한 유원지가 여기에 있다. 놀이공원에서 가장 좋은 건 역시 밤바카다. 멋진 밤바카 할머니께서는 시간도 많이 주시고, 조작 미숙으로 구석에 박혀 있으면 밤바카를 손수 운전하셔서 빼내 주기도 하셨다. 언제 다 같이 갔을 때는 단체 사진을 남겼는데 밤바카 할머니께서 카메라를 받아 사진을 찍어주신 덕분이다. 우리는 고장 날까 봐 두려운 '인디아나 존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생 대회를 나온 청소년들 사이에서 놀았던 기억. 역시 밤바카는 인상적이어서 꿈에도 나왔다. 느낌에 터키 뒷골목 같은 곳의 벽돌 건물 실내에는 밤바카가 있었고, 신발을 벗고 타야 했다. 밤바카를 타고 난 후 열심히 신발장을 뒤졌지만 도무지 내 신발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반군 두 명이 그 근처에 숨겨진 그들.. 더보기 2012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디지털 시대를 맞이 후 찍은 각각의 사진이 세상의 빛을 보기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에 수십 장씩 쌓이다가 그때그때 안전한 공간으로 옮겨두지 않으면 존재했다는 흔적도 없이 갖혀 있다가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하기도 한다. 찍은 사진은 세상의 빛을 보게 해주고 싶다. 그때그때는 아니더라도 천천히 그 순간을 생각하며 공유할 수 있는 공간에 사진을 이사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다.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장소를 옮기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참에 사진을 올려본다. 페스티벌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지만 이제 지산이라는 이름 아래에 펼쳐지는 록 페스티벌은 볼 수 없겠다. 바뀐 것을 마주하게 되면 이전 것의 좋았던 점을 생각하게 된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와중에 어느 정도의 툴툴거림도 동반된.. 더보기 부산불꽃축제 요 이틀 밤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정신이 들면 아직은 깜깜한 풍경에 다시 잠을 청했다. 잠에 눌린 것일까. 방에서 축축하게 있다 보니 일상 속의 유쾌함이 그리워졌다. 심박 수 높아지는 즐거웠던 기억인 불꽃축제 사진을 보며 유쾌 지수를 높여봐야지. 불꽃축제가 예정되어있었던 토요일, 인터넷 뉴스에는 부산 폭우 소식이 속속 올라왔다. 79년 만에 시월 강수량 최고치를 기록한 폭우 때문에 불꽃축제는 다음날로 연기되었다. 다음날 치는 토익에 대한 부담감으로 작년에 다녀왔으니 올해는 안 가도 괜찮을 거라 암시를 걸던 터였다. 기상 악화 탓에 축제가 미루어졌다는 소식은 불꽃축제를 가야만 할 것 같은 운명을 느끼게 해주었고, 불꽃 사진을 찍어서 보여달라는 친구의 말은 의지의 도화선이 되었다. 축제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더보기 Born This Way Ball 2009년 레이디 가가가 내한했던 여름, 돈이 없는 나는 소파에서 뒹굴뒹굴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한순간 손이 미끄러져 액정을 깨먹어서 노트북 가격의 사 분의 일 정도 되는 수리비가 들었다. 그해 여름을 생각하며 레이디 가가의 내한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2012년 내한공연은 불꽃처럼 타올랐던 시간이었다. 더보기 회동수원지, 물가를 걸어요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데가 있는 줄 몰랐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탁 트인 풍경이 마음을 들뜨게 했어. 날씨가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든 때였는데 기온이 여름일 때도 있고 가을일 때도 있어서 해가 쨍쨍 더우면 겉옷을 벗고, 서늘한 나무 사잇길을 지나갈 때는 다시 옷을 입었지. 덧붙이자면 물은 녹조가 심해서 가까이서 보니까 탁하더라고. 길이 대부분 적당한 경사였지만 마지막에 계단이 연달아 나올 때는 좀 힘들었어. 그래도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스르륵 잠들 정도로 적당히 걸은 하루였지. 부산에는 산책로 이름이 다 갈맷길이더라. 길을 걸어 걸어서 가게들이 있는 곳으로 접어드니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를 반겨주더라고. 강아지를 모모라고 불렀어. 왜냐하면 모모네라는 식당의 강아지였거든. 우리보고 식당으로 들..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